초등학교 과학 실습시간
빵빵한 풍선에 셀로판테이프를 붙여 바늘로 구멍을 내어 관찰하는 실험이 있었다.
풍선을 바늘로 찌르면
작은 구멍사이로 풍선 안에 있는 공기가 한 번에 밖으로 쏟아져나온다.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한다면 풍선은 펑! 터져버릴 것이다.
셀로판테이프를 붙인 풍선을 찌르면
공기가 빠져나오는 힘을 풍선이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공기가 천천히 조금씩 빠져나와 풍선이 터지지 않는다는 실험
오늘에서야 알았다.
내 마음은 셀로판 테이프로 덕지덕지 칠해져 바늘로 이리저리 찔리고 있는 풍선이었다는 걸!!!
요 근래는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고르지 않을 정도로 호흡이 불안정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점심을 건너뛰고서라도 병원에 가서 심전도 검사를 해봐야겠다 싶었다.
당연히, 결과는 이상 없음!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해졌기에 신체적 이상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심장에 무리가 가는거였으면 정말 큰일이었기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으나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다.
(혹시라도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안 좋아지면 갑상선 검사 or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라는 소견)
의사선생님: "안정제 처방해드려요?"
나: "아니오! 저는 약을 싫어해요~!"
신체적 이상이 없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총총히 나왔다.
아무튼 가벼웠다. 그냥 심리적인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되겠거니 싶었다.
가벼웠던 마음이 다시 무거워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딱 1시간 30분 편안했다!
심리불안의 원인제공자의 두 건의 컨펌을 받기 위해서 다소 안정된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걸었다.
지체 없이 바로 받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난 며칠 간의 안부를 물었고 크게 이슈 없이 컨펌이 날 건이라 마음을 너무 놓아버렸다.
“알겠어, 그렇게 진행하세요“
라는 대답이 나왔어야 했다. 대답을 대신해 자리한 질문은
“그래서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라 가정한다면 너는 어쩔건데”
질문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질문과 대답을 요구하는 그!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인 상황에서 질문 시비를 걸어 또 한 번 속을 뒤집어 놓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만약에’로 포장한 시비조 질문에
대답을 열심히 하였고,
대답 하나하나에 태클을 거는 저 사람의 덫에 휘말렸으며
그 대답은 또 왜 그리 진심이었을까?
그게 너무 분했나 보다.
“알겠어, 그렇게 진행하세요“
너덜너덜해진 만신창이 마음으로 정해진 대답을 이끌어낸 후에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또 왜여?”
“또 뭐라고 해요?”
.
.
동료들의 반문에 울음이 터져버렸다!! 몇 년을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동병상련의 동료 1인으로서
셀로판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은 풍선같은 그는 이미 참을성의 한계를 애저녁에 넘어버려 모든 것을 포기했다.
터져버린 풍선인 그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를 받은 후에야 진정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와 정말 저 바늘같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 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에서 호흡이 가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호흡은 가빠도 눈물만 더 나오지 말아라!!!
그래도 나는 셀로판테이프가 한겹 발라져 있는 단련된 풍선이었나보다.
나의 한없이 얇아진 면역 셀로판테이프가 이리저리 찔러대는 바늘 공격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닌가? 내 마음도 이미 남아있는 공기 하나 없이 쭈글쭈글 쪼그라든 풍선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풍선실험의 결론
1. 풍선이 팡! 한번에 터지거나
2. 조금씩 서서히 시들어가거나
결국에는 공기가 다 빠져나간다는 것
하나의 바늘로 두 종류의 풍선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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